혼인 관계에서 가장 큰 상처는 신뢰의 붕괴입니다. 그 중에서도 외도는 그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외도가 확인되었을 때, 배우자에 대한 실망과 분노 못지않게 그 상대방에 대한 감정 또한 극단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이른바 ‘상간남’, ‘상간녀’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할 때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은 ‘이 고통을 어떻게든 되갚고 싶다’는 심정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감정은 곧 현실의 벽과 마주하게 됩니다. 혼인 파탄의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감정의 표출이 아닌, 냉정하고 전략적인 판단을 전제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상간자에게 책임을 묻는 일이 단순히 '외도의 증거'를 제시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 절차에서는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는지, 외도가 이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당사자 사이에 실제로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등 다양한 정황과 사실을 함께 입증해야 합니다. 문자나 사진, 통화기록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고, 결정적인 증거라고 여긴 자료가 실제로는 간접적인 정황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또한 상간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합니다. 상대방에게 책임을 묻고자 하는 마음이 응징에 머물러 있다면, 절차를 진행하면서 오히려 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진행하는 절차는 오판이나 무리한 요구로 이어질 수 있고, 그로 인해 스스로의 입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묻고자 하는가'에 대한 전략입니다. 그리고 그 전략의 시작은 지금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일입니다.

종종 배우자의 외도 상대를 고소하거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심리적인 해방감을 기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그로 인해 억울함이 다소 해소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 되기도 합니다. 상대가 외도를 인정하지 않거나 오히려 반격을 시도할 경우, 감정 소모는 더욱 길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간자에 대한 책임 추궁은 본인의 회복, 자녀의 안정, 이후의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인지 충분히 고민한 후 선택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상간자에 대한 책임은 단지 복수를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혼인관계의 평온을 침해당한 당사자가 겪은 고통을 사회적으로 확인받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정당하게 묻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은 감정보다 훨씬 복잡하고 섬세한 전략을 요구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하고, 현실적인 기대 수준을 설정하며, 철저히 준비된 상태에서 절차를 밟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분노보다는 명확한 방향 설정이 먼저입니다. 그래야만 이 힘든 과정이,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