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결정한 부모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친권입니다. 자녀를 누구와 함께 살게 할 것인지, 교육이나 건강, 재산 관리에 관한 중요한 결정을 누가 내릴 것인지에 대해 다투는 과정에서 ‘친권’이라는 단어는 종종 감정의 대리전처럼 사용됩니다. 그러나 친권은 단순히 누가 아이를 데리고 살 것인가를 정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더 나아가 자녀의 삶 전체에 어떤 방식으로 관여할지를 규정하는 개념이며, 누가 더 우월한 부모인가를 가리는 기준도 아닙니다.

친권은 보호와 양육, 교육, 재산 관리, 일상생활에 필요한 의사결정 전반을 포함합니다. 특히 재산에 관한 부분까지 포함된다는 점에서 단순한 돌봄 이상의 책임을 수반합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혼동하는 부분이 ‘양육권’과의 차이인데, 양육권은 자녀와 실제로 생활을 함께하며 돌보는 권한을 의미한다면, 친권은 아이에 관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모두 포함합니다. 이 두 가지가 반드시 동일하게 귀속되는 것은 아니며, 이혼 과정에서 분리해서 지정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친권이 ‘아이의 삶에 대한 결정권’이라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누가 부모로서 더 적합한지를 단지 현재의 경제력이나 외형적인 조건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자녀의 복지, 정서적 안정, 일관된 양육 환경, 부모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신뢰감과 소통의 질이 핵심적인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친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단순히 자신의 권리를 확보하려는 태도로 접근한다면, 이는 오히려 자녀에게 혼란과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이혼 후에도 자녀는 여전히 부모 모두의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누가 친권자가 되느냐의 문제는 어느 한쪽만의 소유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특히 공동친권을 유지하는 경우라면, 협의와 조율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병원 진료, 학교 결정, 주소지 변경, 재산관리 등 실질적인 사안들에 대해 공동으로 협의하지 않으면 자녀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신속하고 현실적인 조율 능력이 요구되며, 감정적인 충돌은 피할 필요가 있습니다.

친권을 두고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가장 크게 간과되는 것이 아이의 목소리입니다. 아이가 성장해 스스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나이라면, 그 의견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단순히 형식적으로 의견서를 받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며, 자녀의 실제 생활과 심리적 상태를 면밀히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요구됩니다. 어른들의 갈등에 아이가 방패처럼 휘말리는 일이 반복된다면, 친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아이에게는 안정감 있는 일상이 가장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친권이라는 이름 아래에 있는 진짜 책임은 ‘누가 더 잘 키울 수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잘 함께할 수 있는가’에 가까운 개념입니다. 감정을 앞세운 다툼이나 형식적인 주장보다는, 자녀의 삶을 실질적으로 함께 이끌어 갈 수 있는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친권을 갖는다는 것은 아이의 미래에 깊이 관여하겠다는 약속이며, 그것은 단지 한 사람의 권리가 아닌 부모 모두가 지닌 의무이자 책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