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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헤어지는 법’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이 말은 어쩌면 이율배반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이미 관계가 망가졌고, 상처가 깊어진 상태에서 ‘잘’이라는 수식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죠. 그러나 수많은 이혼 상담을 마주하며 느끼는 것은, 끝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이후의 삶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헤어짐을 단순한 절단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조건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요소들이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혼을 감정적으로 접근합니다. 억울함과 분노, 실망과 좌절이 얽히다 보면 이성적인 판단은 뒷전이 되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진행된 이혼은 그 후의 삶까지 불안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양육, 재산, 책임, 사회적 관계 등 남겨진 것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뒤섞여 있으면, 결국 당사자뿐 아니라 자녀와 주변 사람들까지 흔들리게 됩니다.
‘잘 헤어진다’는 것은 감정을 억누르고 포기하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되, 그것이 판단을 흐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먼저 자문해보는 것, 그리고 그 삶을 만들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이 이별을 마무리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특히 자녀가 있는 경우, 그들에게 이혼은 부모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의 기반이 무너지는 일일 수 있습니다. 부모 사이의 갈등은 그 자체로도 아이에게 상처지만, 이혼 과정이 분쟁과 비난으로 가득 차 있다면 그 충격은 훨씬 오래 남습니다. 잘 헤어지는 법은 아이에게 상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이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아이에게 좋은 부모’로 남기 위한 고민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또한, 관계를 정리하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정보’입니다. 충동적인 판단보다 현재 상황과 앞날을 정확히 이해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재산의 분배, 거주지, 채무, 미래의 생계 등 구체적인 현실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는 일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건 복잡한 법조문이 아니라, 객관적인 기준과 실질적인 조율입니다. 무리한 요구나 감정적인 대응은 협의의 여지를 줄이고, 결국 더 오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게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이혼은 끝이 아니라 재정립입니다. ‘잘 헤어진다’는 것은 상대를 위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위한 일입니다. 자신의 삶을 다시 세우고, 더 나은 일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일입니다. 이별은 고통이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정리하고 꺼내놓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자산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감정에만 기대지 않고, 삶을 다시 조율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우리는 이별조차 단단하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