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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이유는 단지 ‘사랑이 끝났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보다 깊고 복잡한 감정들이 결정을 이끕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빈번하게 마주치는 감정은 억울함입니다. 상대의 일방적인 배신, 반복된 무시, 폭력적인 언행, 혹은 오랜 시간 쌓여온 부당한 희생 속에서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분노나 실망이 아닙니다. ‘이 관계에서 나는 도대체 무엇이었나’라는 깊은 허탈함이 남습니다. 그리고 이 감정은 단순한 재산 분할의 문제로는 결코 해소되지 않습니다.
억울함은 객관적으로 계량되지 않습니다. 수치화할 수 없고, 기록으로 남기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혼을 앞두고 이 감정과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나는 이렇게 무너져야 하지?”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질문 속에는, 상처를 보상받고 싶고, 정당함을 되찾고 싶은 강한 열망이 들어 있습니다.
실제 상담에서 가장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억울함의 무게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재산보다 더 우선시되는 것이 있으며, 그것이 회복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재산을 나눠 가져도 마음이 공허합니다. 특히 감정적인 상처가 깊은 경우, 이혼이라는 과정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삶의 한 장면을 제대로 마무리하는 일이 됩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상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일입니다.
억울함이 깊어질수록 복수심에 가까운 감정도 고개를 들 수 있습니다. 상대에게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묻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그런 방향이 모든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태도는 오히려 전체 과정을 어렵게 만들 수 있으며,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도 또 다른 지침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얻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입니다. 감정을 담아내되, 냉정함을 유지하는 일, 상처를 말하면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태도는 이혼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태도입니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입니다. 억울함을 설명하기 위해 가족이나 지인들과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사실관계를 분명히 하고 싶은 마음, 자신의 얘기를 이해받고 싶은 바람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말을 아끼고, 진짜 필요한 곳에 집중하는 것이 더 큰 이득이 되기도 합니다. 감정의 해소는 폭로가 아닌, 안정된 이별 절차를 통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억울함은 부당함을 바로잡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지만, 그 방향이 잘못 설정되면 오히려 자신을 더 아프게 할 수 있습니다. 재산보다 먼저 정리되어야 할 것은 감정이며, 그 감정을 다룰 수 있는 상담은 필수입니다. 스스로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왜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무엇을 인정받고 싶은지, 어떤 식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은지를 천천히 정리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이야기를 함께 들어줄 누군가가 있다면, 억울함도 언젠가는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당신의 다음 삶을 더욱 단단하게 지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