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고려하는 많은 부모들이 자녀에 대한 걱정을 가장 먼저 내놓습니다. “아이에게 상처가 될까 걱정된다”, “아이 때문에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실제로는 자신이 감당해야 할 무게를 아이에게 투영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자녀를 생각하는 마음은 진심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이 진정 아이를 위한 것이라면, 감정적인 갈등의 중심에서 벗어나 아이에게 필요한 환경과 관계를 책임감 있게 바라보는 태도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이혼이라는 선택은 부부 사이의 관계를 정리하는 일일 뿐, 부모의 자격을 내려놓는 행위는 아닙니다. 이혼 이후에도 부모로서의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지며, 각자의 위치에서 어떻게 아이의 삶을 지탱해줄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특히 양육이나 면접교섭처럼 자녀와 직접 맞닿는 문제들은 부모의 감정이 아닌 자녀의 일상과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에 두고 접근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부모가 흔히 놓치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자녀에게 무엇이 최선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상대방보다 내가 낫다’는 입장만 반복하는 것입니다. 누가 더 좋은 부모인지를 주장하는 일은 결국 아이에게 또 다른 갈등의 틀을 만들어 줄 뿐입니다. 아이는 어느 한쪽의 승리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두 사람 모두에게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안정감을 원합니다. 부모 사이의 경쟁이 심해질수록, 아이는 오히려 자신이 문제의 중심이 되었다는 죄책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또한, 자녀의 나이와 성숙도에 따라 그들에게도 의견을 표현할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모든 결정을 아이에게 맡길 수는 없지만, 최소한 아이가 자신의 삶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경험은 정서적으로 큰 의미를 가집니다. 특히 이혼이라는 환경 변화는 아이에게 많은 혼란을 동반하는데, 이때 부모가 아이의 반응을 민감하게 관찰하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이혼 후에도 부모는 함께 아이의 삶을 돌봐야 합니다. 자녀의 생일, 학교 행사, 병원 진료, 사소한 일상까지 서로 협의하고 조율해야 하는 순간들이 반복됩니다. 이때 갈등을 키우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아이는 늘 불편한 중간자리가 되어버립니다. 반대로 일정한 원칙과 존중 속에서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비록 부모는 함께 살지 않더라도 아이는 자신이 보호받고 있다는 신뢰를 가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녀를 위한 결정이란 단지 이혼 여부를 판단하는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그 이후의 양육, 교육,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긴 시간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부모가 선택한 모든 결정은 결국 자녀의 삶에 반영되며, 그 무게는 고스란히 아이가 감당하게 됩니다. 진정 자녀를 위한 길을 고민한다면, 감정보다 책임이 앞서야 하고, 말보다 행동이 중요해집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지금의 선택이 어떤 삶을 아이에게 만들어 줄지를 묻는 자세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