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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한 증거만 있으면 충분한가요?”
상담실에서 종종 듣는 질문입니다. 외도는 혼인 관계의 파탄 사유로 자주 거론되지만, 단순히 증거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상대방이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분명 중요하지만, 그것이 모든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주는 열쇠는 아닙니다. 이혼이라는 과정은 단순한 사건 하나로 끝나지 않고, 관계의 총체적인 무너짐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외도는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은 그 이전부터 둘 사이에 쌓여온 오랜 균열이 있었던 경우가 많습니다. 다정했던 말투가 사라지고, 서로의 삶에 무관심해지며, 함께 있는 시간이 불편해지는 시기를 지나 외도라는 결과가 찾아오는 것입니다. 그 과정 속에서 무엇을 느꼈고, 어떤 노력을 했으며, 왜 한쪽은 더 이상 그 관계 안에서 숨 쉴 수 없었다고 말하게 되었는지, 이 모든 것이 외도만큼 중요하게 다뤄져야 합니다.
상대방의 외도를 증명하기 위해 사진, 메시지, 통화 내역 등 다양한 자료를 모으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일정 수준의 정황과 내용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외도로 인해 혼인의 신뢰가 얼마나 무너졌는지, 본인의 삶과 감정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준비입니다. 외도 사실 자체보다, 그 사실이 두 사람의 삶에 어떤 균열을 만들어냈는지가 더욱 핵심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자녀가 있는 경우, 외도 문제는 단지 부부 사이의 문제가 아닌, 가정 전체의 불안정과 연결됩니다. 양육의 주체로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아이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삶을 어떤 방식으로 회복시켜야 하는지가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외도라는 행위 하나로 모든 것을 매듭지으려 하면, 정작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들이 가려지게 됩니다.
또한 외도한 상대방이 오히려 관계 회복을 요구하거나, 이혼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외도가 있었는가’가 아니라, ‘이 관계가 회복될 수 있는가’입니다. 상처받은 사람이 그 고통을 넘어설 수 있는가, 다시 신뢰를 쌓을 여지가 남아 있는가, 아니면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는가를 판단해야 합니다. 증거는 그런 판단을 뒷받침할 수는 있지만, 대신해줄 수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짚고 싶은 것은, 외도의 증거가 준비되었다고 해서 마음까지 정리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정서적 배신이 주는 충격은 길게 남습니다. 그 아픔을 충분히 마주하고, 외도를 이유로 새로운 방향을 선택하려 한다면, 단순히 상대의 잘못을 드러내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어떤 삶을 원하는지를 함께 정리해나가야 합니다.
이혼은 감정적인 결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책임 있는 정리이기도 합니다. 외도라는 명백한 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그 이후의 삶까지 고려한 균형 잡힌 판단이 필요합니다. 상처 위에 또 다른 불확실함을 쌓기보다는, 자신을 지키는 선택이 무엇인지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